(Below are the words from the Annual Report of Yonsei Department of Preventive Medicine, written in Dec, 2018)
(연세 예방의학 소식지, 신규임용교수 소개란에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및 대학원 보건학과 선생님들께. 안녕하십니까. 2018년 새롭게 조교수로 임용된 정선재 입니다. 학생 때부터 존경하던 교수님들을 모시고, 훌륭한 동료와 학생분들과 함께할수 있어서 행복했던 한 해였고, 그 한 해가 가기 전에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본과 학생시절, 교수님들의 예방의학 강의를 들으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예방의학은 “멋진”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구나 였습니다. 한 명, 한 명의 환자를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넓은 시각에서 인구(population)를 바라보시며 질병의 원인과, 환경, 사회제도적인 문제를 고쳐나가기 위한 단초를 찾으시는 교수님들의 모습에서, 저도 훗날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설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의실에서 받은 감명 때문이었는지, 그 이후로 독일 본에 있는 세계 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 인턴생활을 하였고, 이후 예방의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와 해외의 타기관에서 수련받으면서, 제가 항상 존경했었던 교수님들과 선생님들께서 계신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순간 순간마다, 이 사실이 참 감사했고, 또한 감격스러웠습니다.
예방의학을 공부하면서, 저는 예방의학자에게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건강에 해가 되는 요인들(생물학적 원인 및 사회/제도적인 문제)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하는 실천력 (activist)과, 그를 격파하기 위해서 지녀야 할 근거(evidence)라는 총알입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 단단한 근거, 혹은 총알을 만드는 총알제작자(bullet maker)가 되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특히 정신/신경과 영역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살, 우울증, 트라우마, 치매, 약물중독의 생물학적 원인 및 사회적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역학자로서 고민하는 것은 얼마나 내가 “단단한” 근거를 만들어서, 실제로 사회를 변혁하고 환자를 보는 분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곤 합니다.
저는 역학자이기 때문에, 제 연구의 대부분의 일은 인구집단에서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역학모델링과 통계방법으로 적절하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자료에 대한 분석과정에서, 많은 경우 기계적으로 자료자체만 해석하지만, 그에 앞서 제가 쥐고 있는 이 자료가 수집되기까지 수많은 분들의 고생과 노력이 서려있다는 사실을 환기합니다. 자료에서의 숫자 한 줄이 한 명의 전체적인 상태를 담 듯, 한 페이지의 자료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한번 더 느낍니다. 또한 이런 연구와 배움의 도상에 저를 허락하신 교수님들과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설레였던 첫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앞으로 연구자로나 교육자, 그리고 좋은 후배이자 동료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